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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 괘불도, 높이 10m 넘는 건 예사.. 보관·활용에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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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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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법회에 부처 강림 시각적으로 표현 / 회화 중 전례 없고 한국 불교회화의 독특함 / 지금까지 100여점 전해져 불교의식 활용 / 전시 할만한 공간 적어 관람 제한 아쉬워

엄청 크다. 높이가 10m를 넘는 게 예사다. 괘불도의 특징이야 여러 가지이겠으나 누가 봐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큰 덩치다. 종이나 천에 그린 회화 중에는 이런 사례가 없고, 불교의 영향이 컸던 전근대의 중국, 일본 등에도 없는 한국 불교회화만의 독특함이기도 하다. 독보적인 규모는 괘불도에 쏠린 관심의 바탕이지만, 보존·활용 등을 까다롭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등의 수고가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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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규모, 뛰어난 시각 효과

‘야단법석’은 원래 ‘야외에 자리를 만들고 부처의 말씀을 듣는 자리’를 이르는 불교 용어다. 이제 이 단어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한 모습’을 이르게 된 것은 설법을 듣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야외 법회에 모인 사람들이 부처를 부르고, 그 소망에 따라 부처가 강림하였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괘불도다. 괘불도가 10m에 달하는 큰 그림이 된 것은 법회 참석자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고려 말, 조선 초에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괘불도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임진왜란(1592∼1598년) 직후라고 한다.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괘불도인 ‘죽림사 세존 괘불탱’(보물 1279호)은 1622년(광해군 14)에 제작됐다.

괘불도는 불교의 야외 법회에서 부처의 강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괘불도는 불교의 야외 법회에서 부처의 강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불자들의 염원을 한몸에 끌어안은 괘불도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문화재청이 지난 26일 공개한 ‘대형불화 정밀조사’보고서를 보면 지금까지 전해지는 100여 점의 괘불도 크기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는 문화재청이 성보문화재연구원과 지난해 괘불도 7점을 정밀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것은 ‘법주사 괘불탱’(보물 1259호)이다. 전체 크기는 세로 14.237m, 가로 6.45m(그림 부분은 13.442m×5.83m)이다. 무게는 179㎏이나 된다. 법주사 괘불탱을 포함해 조사 대상 7점 중 4점이 높이가 10m를 넘으니 괘불도가 어느 정도 크기로 제작되었는지 어림잡을 수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이용운 연구관은 “17세기 중반 이후 괘불도는 규모가 있는 사찰에서는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각적인 효과가 워낙 커 이제는 불교문화재의 대표격으로 간주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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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마련된 전시공간에서 특별한 만남


괘불도의 가장 두드러진 외형상 특징인 큰 덩치는 보존, 활용의 측면에서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많지는 않지만 괘불도는 지금도 불교 의식에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옮기고, 펼쳐서 걸고, 다시 괘불함에 넣으면서 안료가 떨어져 나가거나 재질에 손상이 갈 여지가 크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이나 천을 재질로 한 대형 유물이라는 점에서 이런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문화재청은 2015∼2019년 괘불도 33점을 정밀조사한 뒤 찢어짐, 박락(긁혀 떨어짐), 변색 등이 확인된 21점을 보존처리 대상으로 정했다.

보관도 힘들다. 괘불도는 괘불함에 담겨 소장 사찰 대웅전의 불단 뒤편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웅전이 문화재를 보관하는 장소로 적합한가라는 문제가 있다. 실제 문화재청 보고서는 보관처 주변 환경의 열악함을 지적하며 “10개월간 고습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괘불함 주변에 방송기기, 청소도구 등의 기물들이 다량으로 보관되어 있어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제습제를 제때 교체하지 않아 (괘불함 안에) 습기가 차 있었으며, 공기도 순환되지 않아 곰팡이 냄새가 났다” 는 등의 지적은 소장 사찰의 관리 부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복제품을 제작하거나 보관처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수백년은 된 전통에 따라 지금도 활용하는 괘불도를 보존만 강조해 신자들과 분리시키고, 인공적인 환경에 넣어 박제화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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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1259호로 지정되어 있는 ‘법주사 괘불탱’은 전체 크기가 세로 14.237m, 가로 6.45m에 이르는 대형 불화다. 무게도 179㎏에 이른다.

전시할 만한 공간이 적다는 점은 관람객들의 괘불도 감상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괘불도를 걸기 위해서는 높이가 17m 정도는 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형 박물관에조차 이 정도의 넒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부 사찰에서는 성보박물관을 지으며 괘불도를 걸기 위한 공간 확보를 설계에 반영하려 의욕을 보이지만 관람객들의 동선, 다른 전시공간과의 균형 등의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괘불도를 상설전시하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성보박물관 정도가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공간을 따로 두어 매년 6개월 정도 괘불도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부처님오신날(4월 30일)에 즈음해 해마다 전시품을 교체하는데 올해는 15번째로 ‘은해사 괘불탱’(〃 1270호)이 관람객들과 만난다. 30일에 내걸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관 중이라 다음달 초 재개관을 한 이후 감상할 수 있다. 통도사는 대표적인 괘불도 소장 사찰이다. ‘통도사 석가여래 괘불탱’ (〃 1350호), ‘통도사 괘불탱’(〃 1351호) 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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