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종교인·시민, 순국선열 추모하며 화해와 평화 다짐
제26회 순국선열정신선양대회 및 한·일합동위령제 개최
- 2001년부터 26년간 이어진 민간 평화운동… 종교·국경 초월한 화합의 장
- 한·일 각계 지도자 및 시민 350여 명, 순국선열추념탑 앞에서 과거사 치유와 상생 다짐
- 독립운동가들의 멸사봉공(滅私奉公), 위국헌신(爲國獻身)의 거룩한 정신 계승

‘제26회 순국선열 정신 선양대회 및 한·일 합동 위령제’가 10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순국선열추념탑 앞에서 열렸다. 한·일 양국의 종교계 인사와 시민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과거사에 대한 성찰과 양국의 화해·상생을 다짐했다.
‘진정한 평화는 과거에 대한 참회와 용서 그리고 화해’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순국선열 정신 선양대회 및 한·일 합동 위령제 실행위원회가 주최했다. 사단법인 한국종교협의회와 명학다문화애국회,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일본인회가 공동 주관하고, 국가보훈부와 세계일보,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한·일 터널실현 구마모토현민회의가 후원했다.
올해는 기존 행사 장소인 독립관의 공사로 순국선열추념탑 앞에서 처음 위령제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일 종교계 지도자와 정관계 인사, 시민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양종은 대한민국기독교성직자협의회(KCLC) 국제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선정고등학교 ‘천도락’과 성악가 나카오 유카리의 식전 공연에 이어 국민의례, 묵념, 각계 대표 헌화, 홍윤종 한국종교협의회 회장의 고천문(告天文)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홍윤종 회장은 고천문에서 “한국과 일본의 후손들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진정한 성찰과 용서, 화해와 상생의 길을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며 “모든 종교가 평화를 향한 한 길에서 만나고 한·일 양국이 화해와 상생으로 하나 되어, 영계의 순국선열 영령들이 평안을 누리시고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세계평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하늘에 고했다.

한·일 종교계 대표들은 각자의 신앙 전통에 따라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했다. 한국불교태고종 칠봉사 주지 진원 스님은 순국선열의 극락왕생과 양국의 화합을 발원하며 반야심경을 봉송했다. 창신교회 최길춘 목사는 과거의 역사를 진실하게 성찰하고, 다음 세대에 사랑과 화해, 평화를 물려주기를 기도했다. 일본에서는 신도전승원 미즈마 이치타로 대표이사, 세이렌(토키히로 신고) 비주얼 퍼포머, 조도신슈 사이후쿠지 주지 우라타 란코, 텐보우신토우 헤이세이쿄 주지 후쿠이 이츠코가 위령 기원을 올렸다.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위령제가 과거의 아픔들을 온전히 치유하고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모든 종교계가 함께 손잡아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라는 거대한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히며 양국 종교지도자와 시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서진우 KCLC 공동의장은 환영사에서 “화해는 역사를 잊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바르게 기억하면서 미움과 갈등을 넘어 평화를 선택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상생의 책임을 강조했다.

사토 미도리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일본인회 회장은 순국선열의 희생을 되새길 때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 자비로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번 만남이 양국 시민들이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동일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은 현장 환영사에서 추념탑 인근 사형장 터와 '통곡의 미루나무'를 가리키며 순국선열들의 뼈아픈 역사를 증언했다. 이 회장은 “1908년 1호 사형수인 운강 이강년 의병장과 허위 의병장을 비롯해 수많은 독립투사가 저 버드나무 밑 사형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며 “특히 순국선열 15만 위 중 98%에 달하는 14만 6,500위는 3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하느라 대가 끊겨 이름도 후손도 남지 못한 참담한 실정”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현해탄을 건너와 변함없이 진심 어린 사죄를 드려온 일본인 참가자들의 정성을 15만 순국선열 후손들을 대신해 가슴 깊이 받아들인다”며, 건립 중인 순국선열 추모관(2028년 3월 준공 예정)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과거의 식민지 갈등을 넘어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함께 기여하자고 당부했다.

환영사에 이어 진행된 ‘사랑의 쌀 전달식’에서는 일본에서 답지한 쌀화환을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일본인회’ 사토 미도리 회장이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이동일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어 ‘한국종교협의회’ 홍윤종 회장이 ‘한국다문화평화연합’ 홍인명 회장에게 쌀을 전달하며 국경과 문화를 넘어선 상생과 평화의 의미를 더했다.

추념사를 맡은 옥윤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서울북부 교구장은 선열들의 멸사봉공과 위국헌신 정신을 기리고,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강조해 온 ‘위하여 사는 삶’의 가르침을 소개했다. 옥 교구장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위령제를 올리는 것은 아픈 과거를 덮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역사적 아픔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참된 화해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사에서는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여진스님 대독)과 유교 강희원 회장 등이 역사에 대한 성찰과 종교 간 협력을 통한 평화 실천을 당부했다. 도노미 이사오 전 구마모토시의회 의장, 미즈마 이치타로 신도전승원 대표이사도 뜻을 함께했다.

추모공연에는 성악가 사카다 야스코, 기춤을 선보인 서유정 작가가 참여했다. 이어 선정고등학교 일본 유학생 마키타 아이리의 소감 발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일본인회의 ‘화합의 노래’, 이창구 대종교 위원장 선창의 만세삼창과 기념촬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행사는 2001년 한·일 양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교류에서 시작돼 매년 이어져 왔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억하고, 진솔한 성찰과 추모를 통해 양국의 우호와 평화를 실천하는 민간 교류의 장으로 올해 26회를 맞았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화해의 노력을 인정받아 2013년 국가보훈처 표창을 받았으며, 2017년부터는 ‘국가보훈부 후원 명칭’을 사용하는 공식 추모·평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