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학교 문화랑(실천신학·예배학) 교수는 지난 13일 “인간의 이성과 지성의 역할에만 집중해 온 개신교회가 예전적 예배를 통한 신앙 형성의 가능성을 간과해 왔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한국실천신학회가 인천 부평 카리스호텔에서 개최한 정기학술대회를 통해 “예전이 성경과 교리를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신앙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전이 어떻게 신앙을 형성하는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그는 “전통적으로 장로교회와 개혁주의 교회들은 교회 교육에서 인간 이성의 역할과 교리 교육적 가르침을 강조해왔다”고 전제했다.

한국실천신학회가 개최한 제55회 정기학술대회 행사 전경.

문 교수는 “물론 신앙 형성에 있어서 지성과 인식 능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식 전달 중심적인 교회 교육은 예배의 참여와 리터지(liturgy·예전)의 실천이 줄 수 있는 신앙 형성의 가능성을 간과해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식의 축적이 개인의 변화와 사회 속에서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에 문제점을 느꼈다”며 “교회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훈련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예전신학의 입장에서 어떻게 예전과 의례의 실천이 인간의 기억과 배움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학문적인 분석을 시도했다”며 “예전이 신앙 발달에 있어서 형성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전’은 하나님의 은혜를 신자들에게 베푸는 의식으로, 개신교에서는 ‘세례’와 ‘성찬’ 두 가지를 이른다.

문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장로교회에서 ‘예전’과 ‘의례’는 친숙한 용어가 아니다”며 “특히 의례는 로마 가톨릭에 대한 반감에 의해 가톨릭의 잔재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개신교의 예배도 다양한 의례들로 구성돼 있다”며 “예를 들어 함께 일어나는 것, 노래(찬송)부르기, 손을 드는 것, 무릎 꿇기 등과 같은 모든 것들이 의례이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요소들을 예배 중에 행할 때, 그것의 내용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며 “즉 예전과 의례를 행하는 것은 믿음의 가능성을 수반하고, 우리의 의식과 잠재의식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예전을 시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문 교수는 “예전학자 사이먼 찬이 예전적 예배로의 참여로 이미 영적 증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며 “이것은 예전이 얼마나 신앙의 형성 과정 속에서 큰 영향을 주는가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를 통해 사람들은 하나님과 만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며 그분의 뜻에 순종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게 된다”며 “예배 속의 예전의 시행은 하나님을 향한 애정을 형성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결론에서 “신실한 기독교인은 예배를 통해 만들어진다”면서도 “믿음의 형성에는 인지적 요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경공부와 교리공부를 통해 바른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인간의 이성과 지성의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개신교회는 예전적 예배를 통한 신앙 형성의 가능성을 간과해왔다”며 “예전이 성경과 교리를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신앙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전신학의 출발점은 바로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있다”며 “이는 사람의 육체가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훈련시킬 수 있는 영적 훈련의 도구가 됨을 증명하기 때문에 예배 실천의 현장에서 예전의 적절한 사용으로 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을 양육하며 훈련하는데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좌장으로 나선 루터대학교 이말테 교수, 발표자 문화랑 교수, 논찬자 한일장신대학교 김은주 실천신학박사와 서울신학대학교 김형락 교수가 학술대회 제2발표에 이어 논찬하고 있다.

발표에 이어 루터대학교 이말테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서울신학대학교 김순환 교수와 김형락 교수, 한일장신대학교 김은주 실천신학 박사가 논찬했다.

‘실천신학에서의 융합과 통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14일까지 이틀간 총 11차례에 걸쳐 한국사회·성서와 심리학·교육과 선교·신학과 포교·예배학과 여성학·타종교 등을 주제로 융합과 통섭에 대한 논문 발표가 진행됐다.

한편 한국실천신학회는 1972년 창립 이후 전국 실천신학 교수 및 실천신학 전공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순수한 학문적인 연구와 인격적인 친교를 도모하며, 실천신학의 학술 정보를 교류함과 동시에 교회와 지역사회 및 국내외 신학교육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김현태 기자

출처

종교신문 http://bit.ly/1zhKF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