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 2mm의 글자가 모여 부처의 형상을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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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1 | 작성일 | 14-11-18 0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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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로 부처님을 그리는 스님 화제
한 자 한 자 명암의 조화가 깃든 사경 그림
글씨로 부처 형상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는 지호 스님 |
글씨로 부처 형상을 그리는 스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수행의 방법으로 부처님의 설법을 글씨로 옮겨 적는 사경은 있지만, 사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수도자는 거의 없다.
인천시 부평구 장제로 전철 7호선 굴포천 역 인근 보문암 주지 지호 스님이 그 주인공. 스님이 붓글씨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 수행의 방편으로 금강경, 법구경 등 불교 경전을 사경했다. 법화경 사경을 시작한 지 5년의 세월이 흐르자 어느 날 대웅전 부처님이 글씨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눈의 착시로 여겼다. 그러나 예불을 올릴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해서 나타나자 ‘부처님의 뜻’이라고 생각되어 “글씨로 부처님 향상을 그려보자”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처음 시작할 때 한 글자의 크기는 2cm였다. 스님은 글씨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집중 수행을 시작했다. 글씨 그림을 그리면서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다. 저녁 9시에 시작한 글씨 그림 수행은 새벽 5시에 끝났다. 치아 뿌리까지 뽑히고 발이 퉁퉁 붓는 육체적 한계를 돌파하자 글자 한 자의 크기가 2mm까지 작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평소 스님은 수전증 증상이 있는데 수행 시간만큼은 고도의 집중력 탓인지 손 떨림이 사라진다고 한다.
스님은 붓글씨로 그림을 그리지만 서예를 배워본 적도 없단다. 단지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것이 바탕이 되어 죽을 각오로 임한 투지의 산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가끔 스님의 작품을 본 사람 중에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글씨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스님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의 구도는 머릿속에 있다”고 한다.
스님의 독특한 수행법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09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부터다. 방송관계자도 처음에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한다. 방송 제작진은 중국, 일본의 유사한 사례를 조사했지만 지호 스님이 유일하다고 판단, 수개월의 밀착 취재 끝에 방송으로 소개했고 올 봄 서울무역전시장 불교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 10월1일부터 6일까지 대구 동화사 승시축제에 초대받아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글씨로 그린 석가모니 고행상 |
이제까지 스님이 그림 작품은 30여 점. 10호 크기의 잉어 작품부터 120폭 크기의 ‘부처님과 16나한’ 까지 다양하다. 작품 한 점 완성하는데 4개월에서 7개월까지 걸린다. 글자 한 자 한 자 명암이 조화롭게 표현된 작품 앞에서 작가의 혼을 느낄 수 있다. 처음 스님의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부처님의 그림이구나” 하는 생각에서 접근했다가 글씨로 그린 그림에 놀란다. 셀 수 없이 많은 글자 수에 명암까지 잘 조절되어 있는 작품을 통해 수행과 고행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20여 년 동안 줄곧 충북 충주에서 기거하다가 경인 지역 신도들을 위해 지난 6월 옮겨온 곳이 지금의 부평이란다. 스님은 매주 일요일 신도들과 함께 1천 배를 올리며 정성을 쌓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글씨로 그림을 그리는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
스님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 대웅전 전체를 부처님 말씀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기와부터 벽면, 기둥 그리고 부처님을 모신 불당 안까지 모두 한 자 한 자 말씀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정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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